나의 수다방

영화 리뷰를 잘 쓰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

유쾌한상상 2014. 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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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해야할 말이 있다. 이런 종류의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내게 부담이다. 하려는 말은, 내가 앞으로 말하고자 하는 '영화 리뷰 작성법'대로 나조차도 쓰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쓴 많은 리뷰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충실히 적용시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좋은 리뷰는 높은 집중력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그럴 수 있다면 나도 정말 좋겠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은 중노동인 것이다.





■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 이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자신의 마음에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좋은 리뷰의 첫번째 조건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재밌게 보고 나왔다고 치자. 옆에 친구가 묻는다.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이때 즉각적으로 나오는 대답이 '리뷰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것이 리뷰의 수준을 나누기도 하지만 절대로 '있어보이려고' 엉뚱한 포인트를 잡으면 안된다. 그런 글들 대부분은 '과대포장'이 넘쳐나고 '감정 없는 리뷰', '읽기 지겨운 리뷰'로 마무리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다. 뭔가 진하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모를때가 있다. 영화 리뷰를 여러번 써본 블로거들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때는 영화를 처음부터 영상을 떠올라가면서 그 순간들의 자신의 감정을 계속 체크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 속을 헤집다보면 반짝거리는 그 무엇이 반드시 나온다. 그것은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개일 수도 있다.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대사 한마디, 배우의 어떤 표정, 리얼한 분장, 아름다운 영상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것이 리뷰를 풀어가는데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 의미없는 제목은 없다 ┃ 모든 영화는 '제목'부터 출발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용과 제목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하다못해 '슈퍼맨'는 1978년에 1탄이 나왔는데 그 당시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에 크게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전세계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선포하는 계기도 되었으리라 추측한다면 심한 과장일까? 구소련이 무너지고 중국과 경쟁을 시작한 그 당시 국제 정세를 비춰보면 아주 황당한 추측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영화 제목에도 어떤 의미가 숨어져 있다. 영화 리뷰어는 그것을 찾아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국내 영화 중에는 '창수'와 '부산'이 제목에 확실하게 의미부여한 작품들이다.





■ 숨겨진 영상을 찾아라?! ┃ 영화는 편집이 좌우한다.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왜 무삭제판이 별도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근데 여기서 기계적인 편집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 인과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도 상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와 동생 길수는 건달이 많이 사는 달동네에 산다. 철수도 건달인데 그들과 친하지 않다. 오히려 자주 싸운다. 지고는 못사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몇 씬(scene)을 촬영했다고 해보자. 관객은 철수가 가난한 동네에 동생과 살면서 주변 건달들과 싸우는 장면만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리뷰어라면 그 이상을 봐야 한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철수가 동네 건달들과 자주 싸우며 기세를 굽히지 않는 것은 어린 동생 길수때문이다. 자신이 무너지면 길수까지 힘들어지게 될 것을 걱정해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이다.' 만약 부모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면 한발 더 나갈 수 있다. '부모는 자신들을 버렸지만, 철수는 절대로 길수를 버리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 것이다.' 영화 전후 관계만 크게 어색하지 않다면 이런 상상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리뷰에 생동감과 좀 더 깊은 의미를 실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영화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 실화바탕 영화는 반드시! ┃ 실화 바탕으로 나온 영화는 상당히 많다. 최근에 가장 알려진 두 편의 영화가 있다. 바로 '변호인'과 '또 하나의 약속'이 그것이다. 두 영화는 각각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 반도체 노동자에게 있었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실화 바탕 영화는 짧게라도 반드시 '영화 제작의 배경'을 언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제작 배경'에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결부해서 해석하는 부분이 추가되면 더 좋은 리뷰가 된다.


■ 비교하고 알려줘라 ┃ 공포영화 리뷰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포영화는 형식이 비슷한 것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좀비영화나 집 안에서 살인마에게 쫓기는 영화 등이 그렇다. 공포영화가 아니더라도 만약 '비교'를 리뷰의 중심에 두려 한다면 가급적 두 영화 모두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고르는게 좋다. 매니아들만 알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리뷰라면 그렇게 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 비교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평가가 나오는 법이라서 글의 신뢰감을 높여준다.





■ 은유적 표현을 찾자 ┃ 영화 속에는 수 많은 장치가 존재한다. 여기서 '장치'라는 것은 어떤 청각 및 시각적인 것을 이용해서 영화 속 인물의 '심리 또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시 또는 암시하려는 의도된 효과를 말한다. 고전적인 수법은 설거지 중에 접시가 깨지고 이후 식구들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는 등의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요즘은 저런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레옹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레옹은 냉혹한 킬러지만 이상하게 화초에 집착을 한다. 그래서 이사를 갈 때도 항상 화초를 가지고 간다. 왜그런지 생각해본 사람 있나?


레옹은 비록 사람을 죽이는 킬러지만 내면은 어린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한 남자 또는 유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몸만 커버린 성인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영화 속에서도 레옹은 소녀 마틸다를 사랑하고, '숨겨진 영상을 찾아라'에서 말한 부분까지 활용하면 마틸다와 성관계까지 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유를 자주 마시는 것도 또한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 만약에 나라면 ┃ 영화를 보다 보면 줄거리가 억지스럽다거나 표현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반대로 너무 좋았던 내용 또는 촬영장면인데 2%가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런 것들을 읽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그건 글쓴이의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지식, 감성 등이 드러나면서 리뷰의 목적에 더욱 충실한 글이 된다. 만약 특별히 나빴다거나 좋았던 부분이 없었다면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 칭찬을 위한 칭찬은 글의 힘을 약하게 만든다.


이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영화 속 실제배경, 인물들의 패션, 배경음악, 촬영기법, 배우나 감독의 인터뷰 내용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위에 있는 항목들이 '잘쓴 영화 리뷰'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것들만 충실하게 반영해도 리뷰쓰는 시간으로 5시간 이상 잡아먹을 영화들이 널려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래서 나 역시 매번 충실한 리뷰를 못하는 것이다. 


줄거리는 꼭 넣어야 할 필요는 없다. 줄거리는 검색만 하면 금방 알수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가 없어도 읽는 사람이 재밌어하도록 글을 쓸 수 있다. 또 가급적 결말(스포일러)는 공개하지 말자. 공개할 리뷰라면 서두에 미리 굵은 붉은색으로 알려주는 것이 매너다. 이 글이 영화 리뷰 쓰는 것을 어려워 하는 블로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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