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다방

도서정가제, 정말 동네 책방을 살릴 수 있을까

유쾌한상상 2013. 1. 2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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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강화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찬반 논쟁이 매우 뜨겁습니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책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역시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말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와 관련한 정보와 지식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 바랍니다.


우선 '도서정가제'란 제도의 명칭에서 알수 있듯이 '도서의 판매 가격을 정해 놓는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이것은 오랜 논의 끝에 문화상품 보호목적으로 2003년 첫 시행이 되었습니다. 풀어보면 동네 작은 서점들이 경쟁에서 밀려나 출판업계와 작가들이 동시에 무너지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좀 더 복잡한 사연이 있겠지요. 어쨌든 그 당시만 해도 1년 이내의 출판물 할인율은 10% 이하로 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이것이 2008년, 신간이라는 규정을 1년 8개월로 늘리고, 할인 범위를 10% 이하, 마일리지나 포인트 형식의 추가 할인 10% 이하, 구간(1년 8개월이 지난 책)은 자율적 할인으로 개정이 됩니다. 이때도 이해 당사자들간의 논란이 많았습니다. '도서정가제 강화'라는 것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것이죠. 어떻게? 마일리지 추가 할인을 금지하고, 구간에 대한 무제한 할인도 폐지하자는 것입니다. 취지는 동일합니다. 동네의 골목 서점들을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크고 작은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업계는 환영을,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들은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도서정가제는 오프라인 서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의 가격 정책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동네 서점이 망한 이유가 온라인 서점이 너무 싸게 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일단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 할 것같습니다.



전국의 책 값을 일정하게 묶어두면 동네 서점이 살아나고

출판업계와 작가들에게도 합리적인 이익배분이 되어서

결과적으로 좋은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는 선순환이 가능할까?


아니, 그냥 단순하게 물어보죠.


도서정가제를 더욱 강화하면 정말 골목 책방을 살릴 수 있을까?


몇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자신있게 대답은 못하겠지만, 골목 책방은 살아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전국의 책값이 똑같다고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가던 사람들이 왜 골목 책방을 다시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솔직히 저는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책을 구비하고 있고, 체계적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으로 쏠림 현상이 빨라지지는 않을까요? 똑같은 값이라면 오히려 시설좋고 편리한 곳을 더 좋아하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실제로 제가 온라인 서점을 자주 이용하기 전에는 사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날잡아서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를 갔었습니다. 잠시 바람도 쏘이고, 다른 책들도 구경한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결정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한지 10년이면 그 제도에 대한 평가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책은 그 가치로 구매돼야 하는데 추가·무제한 할인 등 가격이라는 요건으로 도서접근권이 왜곡돼 왔다. 도서정가제가 정착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오해가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실시될수록 책값이 덜 인상된다.


한국중소서점연합회 조재은 대표의 도서정가제 찬성 이유 입니다. 책값 인상 부분의 말씀은 비싸게 정가를 매겨 놓고 할인해서 판매하는 꼼수를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도서정가제는 책값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름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해도 도서정가제가 소형 서점을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안 생기더군요.


실제로 2012년 한국출판연감에서 낸 통계자료를 보면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 스페인, 일본과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는 미국, 영국의 출판시장 성장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출판 시장의 경우, 200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완전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2003년 이후 서점이 매일 평균 1.2개씩 폐업, 지난 10년간 서점 수가 28%나 감소해 왔다. (2012년 5월 일본 출판문화 잡지 '신문화' 발표, 조사기관 : 올미디어, 서점 수 : 2011년 기준) 이는 동일 기간 기준 한국 서점 수의 감소 비율인 22%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언론의 저런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서정가제로는 대형화 추세를 막지 못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무식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동네 책방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마일리지를 더 큰 폭으로 쌓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면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소형 서점을 살리고 싶다면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하나의 규정을 모두 따르게 하면 결국 대형화 된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점 외에는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책은 '상품'이 아니라고 하지만 유통하는 모양새는 SSM과 구멍가게가 충돌하는 양상과 비슷합니다. ssm에게 강제 휴무를 명령했듯이, 대형 온오프 서점은 현재 도서정가제로 묶어두고, 동네 책방을 위한 정책을 별도로 논의하는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온라인 서점이 과연 출판 생태계를 망치기만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그런 부정적인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정 부분 출판 시장을 키운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렴하게라도 재고를 해결해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이이든 가리지 않고 책을 풀었을 겁니다. 폐지 공장에 넘기느니 1000원으로라도 팔아야 손실이 줄지 않겠습니까.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로가 한 곳이라도 더 있는게 좋을테니까요. 근데 왜 이제와서 모든 책임이 온라인 서점들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우리가 고민해볼 것이 또하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가 독서 인구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까?' 라는 것입니다. 책 읽은 사람이 없으면 책이 조금 비싸든, 조금 저렴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물론 도서정가제와 조금 다른 문제고, 어떤 정책 하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동 시간을 갖고 있는데, 어찌 책이 손에 쉽게 잡히겠습니까. 또 대한민국은 학구열은 높아도 책은 읽지 않는 이상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18세 이상의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하니까 참 부끄러운 것이죠. 그렇다면 정말 대안이 없을까요.




1차적으로는 공공도서관의 숫자를 좀 늘려야 합니다. 10만명당 한 곳이라는게 말이 됩니까. 책 읽는 문화가 없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동네 서점의 장점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도서를 한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동네 서점이나 공공도서관입니다. 물론 오늘 뉴스보니까 그나마 있는 공공도서관도 참 답답하게 돌아가더군요. 그 부분까지 말하면 길어지니 링크 남깁니다. [보기]


입으로만 문화강국을 외치지 말고, 아이돌 가수 해외 진출에만 열광하지 말고 좀 더 진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별로 도움되지도 않을 방법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고요. 여기까지 신문과 출판업계 종사자의 주장을 찾아 읽어보면서 머리에 떠오르는데로 작성했는데 정리가 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단순합니다. 읽고 싶은 책, 부담없는 가격으로 빨리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것뿐입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책 읽기를 사랑하도록 정책 전반의 변화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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