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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내가살인범이다, 추악하고 선정적인 세상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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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병길/출연 정재영, 박시후, 정해균, 김영애, 최원영, 김종구 외



초청 아시아 팝(정병길)....14회 샌디에이고아시안영화제(2013)
초청 상영작(정병길)....17회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2013)
수상 신인감독상(정병길)................50회 대종상영화제(2013)
후보 신인남우상(박시후), 편집상(남나영), 촬영상(김기태)
초청 상영작(정병길).......12회 뉴욕아시아영화제(2013)
수상 영화 시나리오상(정병길).....49회 백상예술대상(2013)
수상 스릴러상(정병길)...31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2013)
후보 스릴러경쟁(정병길)
초청 상영작(정병길) 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2013)


내가 살인범이다, 추악하고 선정적인 세상을 뒤집는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액션영화로써, 스릴러영화로써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이 정도 영화가 관객수 200만명 정도에서 멈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비록 '보는 재미'를 위한 영화이지만 완성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오락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올린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시나리오가 매우 인상적인데 '표절'이라는 몇몇 주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살해 후 인육을 먹고 그것을 책으로 펴낸 일본의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상상해보면......우리의 현실은 정말 오싹한 곳이다. (스포일러 없음)





줄거리를 살펴보자.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된 연곡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서 공소시효는 끝나버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범인 이두석은 스스로 매스컴에 얼굴을 공개한다. 자신의 범행 과정이 담긴 책과 함께 말이다.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죄책감과 피해자와 그 유가족에게 사죄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를 쫓았던 담당 형사 최형구 반장은 범인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한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 따위에는 모두 잊은 듯 이두석의 참회를 반기며 일거수일투족을 연일 보도한다. 이두석의 잘생긴 외모에 팬카페까지 등장하며 책은 날개 돋힌듯 판매되어 그는 거액을 벌어 드린다. 덩달아 최형구 반장까지 유명세를 타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두석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한편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이두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여들어 납치 계획을 세우는데......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매스미디어의 선정성'이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언론이라는 TV뉴스도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기 위해 범죄현장의 CCTV를 보여주거나 재연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전파에 실어서 보여준다. 때론 특정 정치적이슈를 가리기 위해 '선정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정권에 불리한 사건과 맞물려 터트리면서 선정적인 내용을 불필요하게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위에 언급했던 보도태도 모두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3류 언론인들이 넘친다는 증거다.


강용석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고소고발을 일삼고 성희롱 발언으로 제명을 당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방송사는 그를 카메라 앞에 다시 세운다. jtbc '썰전'과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조금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포장된 전직 국회의원을 이제는 재밌어 하고 일부 시청자는 호감까지 갖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가 새누리당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문제는 방송가의 저런 섭외 태도가 한나그랜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으로 국민들을 물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잘못을 해도 권력 아래에서는 무사태평하다는 시그널을 전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주입시키는 행위인 것이다. 살고 싶으면 기회주의자가 되라고 말이다. 잘생긴 '연쇄살인범'이 공중파에 등장해 토론을 하고 그를 지지하는 모임까지 생겼다? 살인마 전두환의 팬클럽도 있는 나라라서 그리 놀라운 설정도 아니지만 이것이 영화가 아닌 실제 현실이라는 점이 떠올랐을 때는 기분이 참 더러웠다.


과거 이명박부터 현재의 박근혜까지 한국의 보수정권이 아무리 막장정권이라도 영화 리뷰에 정치적인 견해가 불필요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한 저것들도 영화의 즐거리와 관련이 아주 깊다. 저런 내용과 아주 밀접한 방식으로 '영화적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두 인물간의 골목 추격씬도 꽤 볼만 했는데 진짜 좋았던 것은 따로 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또 하나 인상적으로 본 것은 '액션 영화의 가능성'이다. 유가족이 이두석에게 보복을 하려고 그를 납치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들키고 만다. 그때 도로 추격씬이 나오는데 아주 잘 만들었다. 영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동차를 이용해서 쫓고 쫓기는 스펙타클한 장면은 돈도 많이 들고 상당히 위험하다. 더군다나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도로 추격씬의 역사는 아주 짧은 편이라서 많은 노하우가 없었을텐데 그동안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는 총 14대의 차가 완파되었다고 하니 그 노력과 스탭들의 열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 예고편 동영상 보기




'내가 살인범이다'는 오락영화로서 아주 재밌다. 정재영의 까질한 연기도 좋았고, 빠른 사건 전개와 다이나믹한 액션이 잘 버무러진 영화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검거되지만 '두번의 반전'이 나오는 것도 매우 신선했다. 억지스럽지 않고 그 인물에게 어울리는 표현방식이었다.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이번에는 진짜 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사람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법은 용서하란다. 참 재밌다. 바로 '공소시효'의 얘기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사형제도'와 함께 없애야 할 법조항이라고 본다. 왜 저런 법이 생겼냐고 물으면 우리 똑똑하신 '법 전문가'들은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한다. 우리법이 일본에서 대부분 가져왔는데 일본도 다른 나라것을 베낀 것이라서 우리도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뭔 닭소리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데 앞장선 사람들과 인간을 죽이는 범죄는 동일시해서 15년 후라도 엄벌해야 마땅하지 않나. 아, 그만하자. 리뷰쓰다가 스트레스로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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