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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이리나팜, 마음을 흔들어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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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샘 가바르스키/출연 마리안 페이스풀, 미키 마뇰로비치, 케빈 비숍



유럽영화상(샘 가바르스키)......52회 다비드 디 도나텔로 어워드(2008) 수상
57회 베를린영화제 경쟁작



이리나팜, 마음을 흔들어주는 여자

먼저 말해 둘 것이 있다. 이 영화는 야한영화가 아니다. 물론 다소 야한 장면이 있지만 그런 영화를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무엇때문에 살며, 그것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마음 찡하게 그려내고 있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감당할 수 있을까.





매기는 남편을 일찍 보낸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착하고 다정한 그녀에게 아픈 손자(올리)가 있다. 그녀의 아들은 모든 것을 아이의 치료비에 쏟아 부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매기와 아들네 가족 모두는 올리에게 매달려 있지만, 이제는 병원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순간 순간이 고통일 것이다. 현실의 우리 삶도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다. 그런 시기가 찾아오면 예민해지고, 쉽게 분노하며 가족간 다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기는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치도 않는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집은 예전에 팔았고, 이미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쓴 가족들은 애가 탄다. 매기는 할머니이자 어머니로서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던 매기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 중년의 아줌마가 취업할 곳은 현실에서도 거의 없다. 그러다 취업하게 된 곳이 '섹시월드(성인클럽)'이다. 한 때 문제가 되던 '대딸방' 같은 곳에서 그녀의 부드러운 손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해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그녀가 얼마나 절박하고 가족애가 투철한 여자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기 역할을 했던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연기는 진중하게 장면소화를 잘 했고, 나의 마음을 흔들기에도 충분했다.





'이리나팜'은 평범한 드라마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영화에 가깝다. 현실적인 고통 위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많은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경제적 사정이 나쁘다는 이유로 쉽게 이혼하는 세상이라서 더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집안의 어른으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매기는 조용한 여자였지만, 가족을 위해 뜨거운 가슴을 가진 여자였다. 그것이 며느리, 아들과의 갈등으로 나타나곤 했지만, 매기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여자였다.





매기는 단 한번도 새로운 코트를 입고 등장한 적이 없다. 그런 모습이 내 마음을 조금 아프게 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려는 그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년이었지만 여자로서 옷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데 가족보다 먼저 일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그것은 가족을 향한 일관된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녀 자신도 변하게 만들었다. 조용하고 소심하던 매기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통해서 자신감과 활력을 얻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마련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고상한 척 차마시며 수다나 떠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비관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했지만 진정으로 강한 여자였다.





영화 '이리나팜'을 보면서 이런 말이 떠올랐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그리고 '강인한 어머니'란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이 영화를 부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소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다'인 경우가 많다. 요즘의 사랑은 유행처럼 변질되고 포장된 감정덩어리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자신도 속는다.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지만 언제나 받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에게 매기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 가족영화, 부부영화로서 '이리나팜'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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