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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내가 정한 명작

더 로드(The Road), 가족 영화로 훌륭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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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힐코트/출연 비고 모르텐슨, 샤를리즈 테론, 코디 스미스 맥피 외


영화는 인간의 감성에 직관적으로 호소하는 '영상 문화'면서도 가장 상업적인 범주에 속한다. 소위 '돈될 것 같은 영화'에는 투자자가 몰려도 그렇지 않다면 제작하고도 개봉 시점을 저울질 하느라 하염없이 늦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스토리는 투자자의 요구로 반영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런 시점에서 '더 로드'는 '가족 영화'로서 단비와 같은 존재다. 잔인한 씬이 한 곳 있지만 스토리상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기에 이해해줄 수 있다. 이 영화를 <가족 영화>로 추천하는 이유는 자녀가 중학생 이상 이라면 가족이 함께 보고 대화하기에도 참 좋은 영화라서 그렇다. 그래서 영화의 줄거리는 생략하고 대신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3가지 요소를 정리해 봤다. 내 기준으로.


 대자연의 멸망 그리고 인간


사람들은 말한다. 언제가는 인간에 의해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 영화 속 배경이 '멸망해버린 지구'다. 왜 이렇게 변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핵전쟁, 가뭄, 바이러스......어떤 이유에서건 미래에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중요한 사실은 '대자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간에게 무한정으로 베풀어 왔고, 인간은 '더 편리한' 그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해 왔다는 것이다. 영화 속 지구의 모습은 끔찍하다. 푸르른 나무도 볼 수 없고, 솜사탕 같은 구름도 볼 수가 없다. 회색의 암울함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이렇게 되자 한 때는 '삶의 전부'같았던 '돈'은 아몬드 한 알보다 못하고, 1온스의 깨끗한 물보다 못하다. 파괴된 대자연 속에서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자연은 착한 안내자다. 현명하고 공정하고 선량하다. -몽테뉴-

 생존의 기로에 선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은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인간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는 '가족'이라는 소속을 부여한다. 그러나 사랑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방이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랑'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도 '자아'로 인식하게 만드는 위대한 본능이 아닌가. 그러나 생존 욕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것도 인간이다. 멸망한 지구에서 자살과 타살로 사라져간 많은 사람들. 몇 명 남지 않은 사람 중에 '아버지와 아들'이 '바다'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목숨 바쳐 지키려고 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신 처럼 따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말한다. "이 아이는 내게 신과 같다'고. 과연 누가 누구를 지키는 것일까. 누가 누구에게 의지를 하는 것인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멋진 일은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일이다. -조지 맥도날드-

 앞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때 수 많은 유혹을 받게 된다. 최종 목적지가 더 가치있고, 보람되며, 현명한 선택임을 알면서도 유혹의 달콤함은 거부하기 어렵다. 물 한모금도 귀한 세상에서 식료품 보관창고를 발견한 것은 과거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사실과 비교할만 하다. 당분간은 이 곳을 떠날 이유가 없다. 어떤 위험이 닥쳐도 이 곳은 지킬 값어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아버지와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육도 먹어야 하는 세상속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보호하는 일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달콤함을 맛 본 아들은 주저한다. 이 많은 음식을 두고 떠나는 일은 생존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세상 속에서 미친짓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에게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멈추면 죽음이고 움직이면 위험하지만  황금빛 미래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가능성에 도전하겠는가, 눈 앞에 보이는 이익에 만족하겠는가.

승자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 -탈무드-





이 영화는 소설이 원작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읽어볼 생각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본 사람들은 조금 실망스럽다고 한다. 영화에서 느낀 감동이 책 보다 덜하다는 소리다. 이 책의 작가는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었고, 이 작품은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는 책이라고도 한다. 그런 평가를 들으니 이 책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책을 읽기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재앙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책을 펼쳐볼 차례라는 사실이다. 훌륭한 책은 시간의 가치를 수천배로 늘려주기 때문에.


로드 - 10점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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