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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모비딕, 실화 바탕 고발 영화의 허무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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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인제/출연 황정민, 진구, 김상호, 김민희 외


박인제 감독에게 묻고 싶다. 이게 정말 원래 시나리오였는지. 물론 시나리오는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 하지만 제작비를 받아내기 위해 투자자들 요구에 맞춰 시나리오가 원래의 취지에서 많이 벗어난 채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어디 윗 선에서 압력이라도 들어왔나. 아니면 원래의 시나리오로는 심의가 나올 것 같지 않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은 감독으로서 아직 공부를 더 해야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추어가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건 미스터리 영화가 아니다. 공포영화도 아니다. SF영화도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거악 권력의 끔찍한 범죄에 대한 고발 영화다.



줄거리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모비딕>이 재미없는 영화가 된 단 하나의 이유는 실체 없는 조직과 싸우는 사람들 이야기라서 그렇다. 그 설정에서 모든 것이 엇나간 것이다. 외견상 대결구도가 성립되었으면 감독은 A와 B를 마주달리는 기차처럼 선명하게 그려내야 한다. 그리고 결국 한쪽은 한시적으로라도 공중분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스토리에서 관객은 집중하고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A는 있고, B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A는 쫓기고 B는 계속 달려든다. 그런데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흐르는데 도대체 그 선율에 내 심장은 올라타지 못하더라. 서로 따로 노는 격이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면 실화에 충실하게 만들었어야 정상이다. '정부 위 정부'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써가면서 실체를 안개 속에 감춰버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1994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지금 2011년 MB정권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안함 침몰 조작 논란'이나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왜 실체를 그 당시 '정부'로 규정해서 좀 더 구체적인 사건으로 풀어내지 못했는가 말이다.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뜬구름 잡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조작될 뻔한 사건하나 예방하면서 끝나버리고 황정민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단꿈을 꾼다. 이상한 스토리다. 이방우(황정민)의 꿈 속에 등장한 고래에 충분한 메세지가 있다고 반론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실체가 규정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라고 난 생각한다. 결국 실체가 없으니 리얼리티가 없고 재미도 없다.

관객은 그 '실체'를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그래, 그 실체는 '대한민국 정부'라고 대부분 생각하겠지. 아마 약간의 추리력만 있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영화 속에 그 '실체'가 가시적으로 녹아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장르적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훌륜한 '영화적 소재'를 멋지게 말아 드신 것 같아서 화가 난다. 일말의 도전정신(?) 외에는 칭찬할 부분이 없다.



오래전에 봤지만 꽤 재밌게 본 영화다. 잭 라이언(해리슨포드)은 '하든'이라는 남자가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는 CIA 분석가로 등장한다. 잭 라이언이 이번 사건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 것은 '하든'에게 마약과 관련있는 검은돈이 흘러갔다는 것이고, 그는 현직 대통령의 친구라는 점에서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잭은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어떻게 해서든 사건의 핵심이 노출되지 않기 바라는 미국 정부는 오히려 그들을 사지에 몰아넣는다. 영화 <긴급명령>은 엔딩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잭라이언은 책임감이 강하지만 평범한 남자로 나오는데 사건의 전말을 알게되면서 결국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정의가 실현되는 순간으로 꽤 통쾌한 장면이었다. 물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영화 <모비딕> 스타일로 비교를 해보자. 잭이 이번 사건에 정부(대통령)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분노하면서 영화를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뭔가 허전하고 개운하지 못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2005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 추가 설명이 필요할까.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도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등장하고, 그를 암살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영화 속 캐릭터는 실화와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한 사람은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이름에도 '조선인 냄새가 난다'며 '오카모토 미노루'로 재개명한 박정희였고, 또 한사람은 그의 왼팔인지 오른팔인지 모를 그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니까. 이 영화는 그 당시 사람들의 이름과 인물들의 행적, 심리묘사 등을 제외하고는 근대사 책에 쓰여진 그대로 제작되어졌고, 블랙코메디라는 형식을 빌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영화다. 꽤 좋은 평을 받았고, 상도 받았다. 이 영화는 너무나 많이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이름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비딕>의 경우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럼 영화라는 매체의 속성상 감독의 상상력을 발휘해서라도 극적인 재미를 느끼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다큐멘터리를 찍을 것도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름 재밌게 보게된다. 사람들의 호기심이 열쇠가 되어 마음을 활짝 열어주기 때문인데 <모비딕>은 그런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아직까지 영화나 TV 속에서 전라도 사람을 그렇게 못난 사람으로 그려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 영화 속 마형사는 경상도나 충청도 사람이면 안되었나. 꼭 전라도 사투리를 써야하는 사람이어야만 했나. 아직도 바르고 정의롭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전라도 사투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들 살고 계신가. 오래전 그런식으로 지역차별하던 문화계의 폐악질을 이제 그만 중단해줬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자유를 사랑하는 진짜 예술인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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