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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내가 정한 명작

언페이스풀, 호기심이 부른 일탈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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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페이스풀(Unfaithful)'은 명작영화 카테고리 중 8번째 작품입니다.

2002년 개봉작이니까 거의 8년만에 다시 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을지 한참 고민 했습니다. 그 이유는 8년 이라는 세월 속에서 제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영화를 통해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밌게도(?) 그런 생생한 느낌들이 오히려 제게는 영화가 보여준 사랑, 욕망, 가족, 고통 등을 정리해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더군요. 남에게 충고하기는 쉬워도 본인이 그 충고대로 사는 것은 힘든 것 처럼.





정숙한 아내에게 찾아든 작은 유혹.
그것은 유달리 바람이 많이 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거리의 진열된 상품들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여기저시 흩어지고 있었고, 걷기 조차 힘들만큼 사람들은 비틀거려야 했습니다. 다이안레인(코니 섬너役)의 육감적인 몸매를 시샘이라도 하듯이 바람은 더욱 거칠게 그녀를 몰아붙입니다. 그 순간 찾아온 작은 친절. 다이안레인은 잠깐 갈등을 하지만 그의 손을 잡아도 될 만한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그는 자신보다 어리고 잘생겼으며 친절하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심한 바람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그녀는 택시 잡는 것을 잠시 미루는 선택을 합니다.



인생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송두리째 바뀔 수 있습니다.
보통은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른 결과가 나타날때도 있죠.  시간 흐름에 따라 자신과 주변의 변화를 재빠르게 감지하지 못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이안레인도 폴마텔이라는 청년에게 그토록 빠지게 될지 몰랐을 것입니다. 아, 그전에 조금 어린 친구들은 다이안레인이 정숙한 여자였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수 있냐고, 원래부터 남자를 밝히는 여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불안정한 사춘기 소녀로 급격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폴마텔과의 첫번째 섹스장면은 그녀의 과거 생활을 상상하기에 아주 충분했습니다. 평소 반듯하고 정숙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보여줄 수 없는, 욕망과 도덕적 관념 사이에서 흥분하던 그 몸짓들. 그 언어들. 그래서 제가 봤던 그 어떤 영화의 베드신보다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폴마텔을 통해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풋풋한 감성을 마음껏 즐기는 위험한 게임을 지속합니다.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남편에게 들키면서도 본인은 전혀 알아채지 못할만큼 허술하게 말입니다. 폴마텔은 그녀의 이런 순수함을 일찍 알게되면서 점점 대담해지고 노골적으로 그녀와 관계를 갖습니다. 그녀도 그런 파격적인 섹스를 같이 즐기는 수준까지 변해버립니다. 이제 정숙한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원초적 본능만이 그녀를 지배합니다. 그다지 불만족스럽지도 않던 결혼생활이었는데 이제는 온통 그 남자 생각 뿐입니다. 그가 다른 여자 만나는 것에 질투심까지 보이며, 철저하게 자신만의 남자이길 갈망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지점이 사춘기 소녀로 완벽하게 회귀된 순간인 동시에 잊고있던 자아를 재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별을 겸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탈의 대가가 그녀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외도에 따른 대가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진정한 결말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마다 결말은 다를 것 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적어도 제가 볼때 다이안레인은 '성적욕구'에 의한 습관적 외도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판타지를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었지요. 리차드기어의 결정적인 실수도 우발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오랜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짊어질 '대가의 형태' 보다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아직도 서로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사랑'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신뢰가 그들 부부에게서 느껴졌으니까요.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언페이스풀'은 '불륜영화'가 아닙니다.
예술과 외설이 종이한장 차이인 것 처럼 '불륜'을 소재로 다룬 '로맨스 스릴러'입니다. 영화 전반이 '다이안레인'의 변화(외도)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후반은 그녀의 남편인 리차드기어의 부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백하건데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들켰음에도 '미안해'라는 말 조차 하지 않는 점 때문에 저는 마음이 불편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미워할 수는 없더군요. 영화를 보고 하루가 지나서는 정말 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을 때는 차마 사과조차 하기 힘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바지에 오줌을 싼 아들에게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며 아들과 자신을 다독이는 듯한 말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었지만 말입니다.


'언페이스풀'은 특히 기혼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물론 소재가 '불륜'이다 보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아니더라도 남편이나 아내 어느 한쪽이 관념적 전염으로 발전할까 염려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염려가 없더라도 이런 영화를 보고 부부가 대화를 나누다가는 자칫 지나간 과거의 일로 부부싸움을 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결혼을 하게 되면 부인과 다시한번 이 영화를 보고 그 후에 대화를 해보고 싶더군요. 상대방에 대한 유쾌하지 못한 부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부분까지 공유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부라면 사랑까지는 몰라도 신뢰만큼은 더 깊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지나간 일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것은 지혜로운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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