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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내가 정한 명작

불신지옥 - 한국 호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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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내 호러영화를 대표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영화 '불신지옥'. 지금까지 국내 호려영화와 차원이 다른 미스터리 호러물! 이유없는 음산함과 남용되는 특수효과로 공포를 강요하던 기존의 공포영화를 뛰어넘는 본격적인 한국형 호러영화!


불 신 지 옥



아, 대단하네요.
한동안 묻어두기만 하고 감상을 뒤로 미루던 영화였는데,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보게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긴 말 필요없이 감상을 해보는 것이 정답이지만, 일단 이 영화에 악평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물론, 영화의 '재미'라는 것이 다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저도 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의견교환 차원이니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는 마시기를...^^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국내 호러영화가 의미없는 죽음으로 공포감 유발을 시도하거나 토막난 시체등으로 영화적 재미를 주려했다거나,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분위기만 잔뜩 잡으면서 클라이막스에서 악만 버럭버럭 질렀왔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옆집에 살고 있는 살인마'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이웃의 이야기 속에 오싹함이 숨어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내러티브가 약한 것도 아닙니다. 제목이 보여주다 싶이 '기독교'라는 종교적 소재가 모든 인물들의 갈등과 사건을 모두 관통하면서 관객의 상상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한 집 걸러서 교회라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잘 맞는다는 것이고, 열혈(?) 기독교인을 알고있는 분이면 제 말을 쉽게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드러나는 내용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어려울지 모르지만...




기독교 비판 영화다?
저역시 한편으로는 '기독교 비판 영화'라는 시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동의하기 힘든 믿음을 강요하는 엄마가 광신도처럼 등장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의외의(?) 대사가 등장한 것도 사실입니다. 바로 "빨갱이 새끼들 싹다 잡아서 삼청교육대에 쳐놓고 확 씹창을 내야되!'라는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시비걸자고 하면 '보수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강요한다라고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어쨌든 창작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소재나 대사 한마디 사용할 때 마다 특정 집단의 눈치를 봐야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무슨 다큐멘터리 영화도 아니니까요. 작은 것을 가지고 영화 전체를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다보니 이 영화가 왜 재밌는지도 조금 나왔네요. ㅋ
추가로 더 말씀드리면, 인간의 욕망과 맹목적인 믿음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것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소름끼치게 보여줬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현실에서도 허다하죠. 뉴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압축된 욕망으로 인한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발생되고 있으니까요. 아빠가 없는 가정이라는 설정도 관객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몰아가는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구요?
김보연, 류승룡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경력이야 김보연씨가 더 많지만, 류승룡 역시 20년이상 연기를 해왔던 사람으로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주었습니다. 소진 역할의 심은경과 희진 역할의 남상미 역시 영화의 흐름과 매끄럽게 일치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사실 남상미의 연기력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생각보다 괜찮던데요. 남상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출연의사를 알려왔다고 합니다. 그것이 연기자로서의 욕심이었는지, 시나리오 자체가 맘에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좋은 것 같습니다. ^^







이용주라는 1970년생의 감독은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조감독을 했던 경험으로 <불신지옥>이라는 처녀작을 만들었던 것인데,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까지 직접 썼다고 하니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네요. 미래가 아주 화창한 감독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

인간의 믿음과 괴리된 현실 사이의 공포.
현실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믿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했을 때, 어쩌면...'불신'이야 말로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이며, 모든 것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그 시작이 아닐까 하는 개똥철학을 가져봅니다.




이용주 감독의 차기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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